백신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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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산 백신이 부러운 이유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자국산 백신 시노팜의 긴급사용승인을 취득함에 따라 자국산 백신은 활용한 백신외교가 더욱 힘을 받게 되었습니다. 

‘물백신’이라는 오명에도 불구, 중국산 백신이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호응을 받아온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자국우선주의’에 빠져 백신을 독점하려고만 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와  달리, 중국정부는 안정된 자국 상황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한 백신을 거의 무상으로 공급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교훈과 메시지를 중국이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전달한 셈입니다.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어려운 시대에 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삼았음이 분명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백신 외교를 통해 이제는 중국의 위상과 영향력이 한 층 올라간 모습입니다.   

반면, 주구장창 K-방역만 내세워 의료용품 지원 등 ‘마스크 외교’로만 일관해온 우리정부의 외교능력은 얼결에 도마 위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한 치 앞 미래도 내다 볼 줄 모르는 우리나라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이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안전성 문제와 함께 속으로는 우리 국민들의 대 중국 정서까지 감안해 지금까지 중국산 백신을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WHO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만큼, 승인을 불허할 명분마저 사라졌습니다. 중국산 시노팜이 국내에서 사용승인을 받는 건 오로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산 백신의 긴급승인으로 좋아하는 분들도 더러 계십니다. 앞서 중국정부는 중국산 백신 접종자에 한해 자국의 입국을 허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이 정한 중국비자신청완조치대상국 80개국중 한국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산 백신을 인정하지 않았기에, 중국에서 사업하는 분들 입장에선 중국 출입국에 어려움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국내에서 시노팜을 승인하게 되면, 일단 중국에 입국하려는 사업가들에게는 다행일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중국은 현재 해외거주 자국민들의 애국심 고취에도 자국산 백신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미 남미와 아프리카, 아세안 국가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인들에 중국산 백신을 접종하는 재외국민 보호 프로그램인 ‘춘묘행동'(春苗行動, spring sprout program)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춘묘행동’은 한자 ‘묘(苗)’가 백신과 새싹이란 뜻을 모두 갖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정부는 춘묘행동을 통해 지난 달 이미 캄보디아 내 자국 국민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시노팜 백신접종을 실시한 바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춘묘행동을 처음 언급하며 “해외 동포가 중국산 혹은 외국 백신을 접종받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거나 쟁취하겠다”면서 “한 단계 나아가 중국은 조건이 허락되는 나라에 중국산 백신 접종소를 세워 주변 국가의 필요한 동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왕이 부장은 1단계에서는 해외 중국인을 현지 백신 접종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2단계에선 중국산 백신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제시했습니다. 

중국굴기(中國屈起)를 꿈꾸는 중국인들답다는 생각과 함께 해외에서 자국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중국인들이 솔직히 부럽기까지 합니다. 

재외중국인들은 해외에 나와서까지도 고국 정부의 보호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게 분명합니다. 그들이 고국의 국력에 대해 느낄 자긍심이 과연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면, 해외에 사는 750만 우리 해외동포의 현실은 그저 암담할 따름입니다. 당장 본국 국민들조차 백신이 모자라 난리가 난 형편입니다. 덕분에 대통령지지율까지 덩달아 급락했습니다. 한 술 더 떠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재외국민들에게는 향후 백신을 나눠줄 계획도, 방법도 없으며, 자칫 외교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발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던 우리 해외동포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버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요청을 하지도 않았는데, 고맙게도 최근 캄보디아정부가 한국인들을 비롯한 거주 외국인들에게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1천명이 넘은 우리 교민들이 대사관에 백신접종 신청을 한 상태라고 합니다. 

이번 주부터는 한인회까지 나서 백신신청접수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동포사회를 위해 정말 좋은 일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한인회의 백신 접종계획을 두고 지지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못마땅한 분들도 더러 계신 것 같습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낍니다. 다만 절차상 또는 외교·정무적으로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고 개선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대사관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캄보디아정부가 어제 (7일) 금년도 백신 접종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1단계로 5월부터 7월까지로 확진자가 가장 많은 프놈펜 등 고위험지역을 우선 접종대상지역으로 삼고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접종 속도와 백신 공급량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며, 미리 살짝 뒷문을 열어놨습니다. 현재의 백신 수급상황으로 봐선 백신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는 예상치 않습니다.  

훈센정부가 이렇게 단계별, 지역별 계획까지 마련한 만큼, 우리 교민들도 인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안감해소를 위해 지금 당장 백신을 맞으면 좋겠지만, 캄보디아국민들을 새치기하고 외국인들이 먼저 맞는다는 오해는 굳이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백신접종건과 관련해 우리 스스로 자제하고 각별히 입단속을 할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사는 캄보디아인들 가운데는 우리글과 말을 아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즉, 눈과 귀가 너무 많다는 말입니다.

“대사관에서 맞기로 했네” “한인회에서 맞네” 하며 자랑질도, 하나마나한 소문을 내는 일도 결국 우리 스스로 선진국 국민이란 위상과 품격마저 떨어뜨리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그저 차분히 백신을 맞을 기회가 오기를 기다라며 방역과 위생관리에 신경을 쓰심이 정신건강에도 좋을 듯 싶습니다.  

별로 관심은 없으시겠지만, 저는 지난달 대사관에 신청하는 것을 깜박하는 바람에, 이번에 한인회에 접수신청을 했습니다. 다음주부터 접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입니다. 언제 백신을 맞게 될지 모르지만, 저는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기다릴까 합니다.

[박정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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