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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1월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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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콩강의 넉넉함을 볼 수 있는 ‘꺼닺’-2부(Koh Dach)

메콩강 동쪽 반대편으로 차와 사람 그리고 모토가 부지런히 강둑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아련히 보입니다. 따스한 햇볕이 메콩강에 반사되어 눈이 부셔오고, 먼발치 프놈펜의 빌딩들도 아지랑이 속에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배를 기다리는 것 같지는 않은, 무심한 노인네는 주름진 얼굴로 저를 힐끗 쳐다보고는 뜻 모를 미소만 지어 보이네요.

모래운반선이 제 시야에 들어올 즈음 드디어 기다리던 배가 도착했습니다. 다들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차들은 뒤꽁무니부터 배에 주차하고, 수많은 모토 행렬과 승객들이 밀물처럼 들어찬 이후에야 우리를 실은 배가 유유히 메콩강을 건너기 시작합니다.

제가 신라 레스토랑의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로 기억합니다. 수년 전쯤 저희 단골 고객중 한 분이 이곳 선착장에서 불행한 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 메콩강의 동쪽에서 선교사로 사역하던 여자분인데, 운전미숙으로 인해 그만 자신이 탄 차가 급발진하는 바람에 강물 아래로 떨어져 바로 유명을 달리하셨죠. 당시 사건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놀랐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던 기억이 납니다.

캄보디아의 어느 선착장을 가보더라도, 사실 안전시설이라는 것이 딱히 없답니다. 항상 스스로가 안전을 미리 생각해야 하고, 방어적으로 모든 것을 계산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누구나 이런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답니다. 캄보디아에선 반드시 주의해야 할 일들입니다.

잠시 상념에 잠긴 사이 배는 어느새 꺼닺 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는 목적지인 유원지로 가야 합니다. 보통은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왼편으로 난 도로를 따라 마을을 경유한 뒤 유원지에 진입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인데, 마을에 진입하면 양쪽 길가에 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업소들이 식당을 겸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섬에서의 하룻밤도 제법 운치가 있을 듯싶습니다. 차에 자전거를 싣고 와 이곳에 여장을 푼 뒤 섬 한 바퀴를 자전거 하이킹한 뒤에 붉은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소주 한 잔에 삼겹살 파티를 하며 모기와 동행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추억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프놈펜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추천해볼 만한 코스라는 생각입니다.

마을에선 베틀 짜는 소리가 정겹게 들립니다. 주민들은 실크로 ‘끄로마’를 생산하느라 바쁩니다. 대신 동네 꼬마들은 베틀 사이를 뛰어다니며 노느라 바쁘고요. 한가롭고 평화로운 농촌 마을 모습 그대로죠. 그런 마을을 지나 북쪽 방향 망고나무숲 입구에 다다르게 되면, 누군가 나타나 주차료 5,000리엘을 따로 징수합니다. 이 마을 주민들의 또 다른 주 수입원인 셈이네요. (웃음)

노랗게 익기 시작한 망고 열매 사이로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약 1킬로쯤 더 가면 최종 목적지인 방갈로 유원지가 드디어 눈 앞에 펼쳐집니다. 탁 트인 바다처럼 넓고 아늑한 메콩강이 섬의 북쪽 끝에서 양 갈래로 머리를 딴 아가씨의 모습처럼 좌, 우로 갈라져 흐르고, 그 사이 수많은 방갈로가 빼곡히 들어선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꺼닺 유원지이죠. 마침 부드러운 백사장은 정오의 뜨거운 햇살에 달궈져 뜨거웠답니다. 그런 백사장을 현지 어린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뛰어놀고 있었어요. 이 꺼닺의 유원지는 고운 모래 백사장으로 유명하며, 또 그리 깊지 않은 수심 덕에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물놀이 장소로도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멀리서 메콩강을 바라보면 누런 황토 빛깔이지만, 실제 가까이서 보는 이 강물은 정말 깨끗하답니다.

방갈로 가운데 널찍한 두 칸짜리를 빌려 자리한 후 가져간 닭을 푹 삶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볍게 식음료와 함께 쌋쯔룩 번라에 차(돼지고기야채볶음)과 식사 준비를 시키곤 맥주 한 잔에 멀리 메콩강을 보니,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막혔던 가슴속이 뻥 뚫리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멀리 ‘Prek Ta Meak 다리’도 자그마하게 보이고, 꺼닺에서 보는 메콩강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방갈로 사이로 자그마한 장삿배들이 맞쥬(과일 및 야채를 후추를 곁들인 소금에 찍어 먹는 전통음식)나 삶은 오리알 또는 심심풀이 땅콩을 팔며 남은 빈 공간을 채우고 있었고요.

점점 시간이 흐르자 많은 현지인들이 어느새 방갈로 빈자리들을 차지하고, 대형 앰프까지 동원해 음악까지 크게 틀고 음주가무를 즐기네요. 이런 젊은 청춘남녀의 모습에서 과거 우리 모습이 순간 ‘오버랩’ 됩니다. 풋풋한 캄보디아의 정서마저 느낄 수 있었고요. 요즘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주민신고로 청원경찰에게 제지를 당했을 겁니다. (웃음)

허기에 푹 익은 닭 한 마리를 나누어 뜯어 먹고 시원한 앙코르 비어의 취기에 얼마나 잤는지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답니다. 눈을 떠보니, 프놈펜 도심 방향에서 떨어지는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네요. 빨리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겠죠? 되돌아가는 길은 여전히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지쳤던 몸과 마음은 어느새 힐링이 되었기에 메콩강처럼 넓고 푸른 마음을 가슴 한가득 품은 채, 제가 사는 프놈펜으로 향했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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