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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1월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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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죵이 생각나는 날에는 ‘프놈 프라싯’으로 출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때때로 밖에서 들리는 자동차의 소음에 가끔은 잠 못 이루었던 나날들이 많았답니다. 그런데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일찍부터 인적이 끊기고 또 차량들의 움직임도 줄어 들어든 탓에 밖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조용합니다. 저는 매일 이른 새벽마다 마스크를 쓰고 귀에 이어폰까지 한 채로 새벽공기를 마실 겸 침몽 보레이 단지 안을 산책합니다만, 요즘은 한 달여 전에 비해 운동하는 사람들조차도 확연히 줄어들었음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답니다. 매일같이 들리는 코로나 관련 소식들이 이제는 남 일이 아니고 현실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이미 일부 지역이 ‘락다운’ 되고 확진자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들만 접하다보니 자주 만나는 교민마저도 만나자는 약속을 잡는 게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네요. 이제는 가볍게 소주 한잔하자는 안부전화 조차 꺼내기 힘든 현실입니다. 요즘 누구랑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꺼내기도 그래서 혼자 맥주나 한잔해볼까 싶고, 때 마침 크죵 맛도 생각이 나서  프놈 프라싯을  향해 차 시동을 켰답니다. 

오늘 소개할 프놈 프라싯 사원은 시내에서 북부 41번 국도를 따라 프놈펜 근교 곱 스로브 호수(Khan Preaek Pnov) 뒤를 돌아 51번 도로 가기 전에 자그마한 산 2개가 서로 사랑하듯 마주보고 있는 지역 오른편 야산에 위치해 있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껀달주 지역에 속해 있습니다. 이 지역은 이 사원 외에 곳곳에 사찰들이 즐비한데, 이 산 정상에 있는 프놈 프라싯 사찰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규모가 제법 크고 산 아래 전망도 볼 수 있어 가볼만한 곳입니다. 또 사원 바로 아래에는 거대한 와불상도 있어 사진 찍기도 좋습니다. 반대편에 보이는 비슷한 야산에 위치한 ‘프놈 끄라옴’ 역시 오래된 유적은 아니지만, 중국계 사찰이 있고, 게다 산 정상에 자리 잡은 사찰은 제법 큰 부처상이 프놈펜의 먼 하늘을 지그시 쳐다보고 있어 가볼 만 합니다. 

프놈 프라싯 사원이 위치한 산으로 가는 길 산 중턱에는 몇 군데 방갈로를 겸비한 식당들이 군데군데 영업을 하는 중인데, 이곳에선 그 유명한 ‘크죵’을 조리하여 팔고 있지요. 크죵은 이 나라에서 자리는 일종의 ‘논 고동’ 같은 건데, 흙냄새가 조금 강한 편이라 집에서 직접 조리하여 먹기는 좀 부담스러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대신 제가 확실히 장담하건데, 이 곳 현지식당에서 제공하는 특제소스와 크죵을 곁들여 먹으면, 확실히 맛이 달라집니다. 제 입맛에도 맞는 듯하고요. 더욱이 크죵과 함께 민물생선튀김과 닭요리를 시켜먹으면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죠.  

이 곳은 제가 사는 센속 지역에서 차로 약 30여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고, 또 가는 길 도로변 양쪽으로는 망고나 용과 등 각종 열대과일과 감자, 고구마, 호박 등 채소 야채를 파는 노점상들도 늘어서 있답니다. 그중 한 곳에 골라 먹기 좋은 열대과일 한 두 개쯤 사서 들고 가셔도 괜찮을 듯 싶네요. 하기야 여기서 굳이 사지 않아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현지 식당을 아무데나 골라 방갈로에 떡 허니 앉아 있으면, 어린 꼬마 상인들이 과일바구니를 잔뜩 머리에 이고 와서 팔려고 덤벼들테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구요(웃음).

먼발치 프놈펜 시내 회색빌딩들이 시야에 다 들어올 정도로 맑고 쾌청한 날씨속에 방갈로에  앉자마자 시원한 앙코르 맥주와 함께 출발 전부터 미리 벼르던 크죵 부터 일단 시켜 놓았답니다. 그리고 주문한 크죵 요리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 무료해 해먹에 몸을 의지한 채 잠시 쪽잠을 청했죠. 그리고 한 20여분이 흘렀나 봅니다. 한 접시에 3만리엘(7.5불)하는 삶은 크죵(논고동)이 접시에 담겨져 나왔는데, 육질이 아주 쫀득쫀득하니 씹는 맛이 괜찮더군요. 무엇보다도 기대되는 특제 양념이 같이 따라 나오는데, 살짝 찍어 먹어보니 그 맛이 정말 일품입니다. 새콤달콤하고, 짭쪼름한 맛이 그만인데다, 머떼(고추)와 마늘 다진 것을 더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더 훌륭해지더군요.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안주로 크죵을 이쑤시개로 찍어 뱅뱅 돌려 내장까지 발라 찍어 먹는 맛은 아마 한국인들이라면 다들 공감하는 그런 맛일 겁니다. 지금 또 다시 그 장면을 떠올리니, 다시 입 안 가득 군침이 도네요. 앙코르 맥주 몇 캔 먹고 난 뒤 포만감에 해먹에 또다시 기대어 졸다가 깨어보니 뜨거운 태양이 조금 화를 누그러뜨리고 있었어요. 

“오은!  끌로이!”

크게 먹은 것도 없는데 거의 30불이나 나왔네요.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목적지인 산 위의 절로 향했답니다. 가파른 산길을 몇 번 굽이쳐 오르자 시야가 넓어지면서 넓은 마당 안에는 많은 차들과 모토들이 주차 중이었습니다. ‘떡 음뻐으’라고 부르는 사탕수수 주스 한 컵 사서 시원하게 들이키곤 어슬렁거리다보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젊은이 몇 명이랑 참배객 몇 명이 보이네요. 프라싯 사원 경내는 프까 축(연꽃)이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로 수북이 쌓여 있었답니다. 사원 가까이 있는 전망대에서 보니 맞은 편 산의 끄라옴이 아주 잘 보이는데요. 다만 이번 여행에서는 끄라옴까지는 가지 않았어요. 

요즘은 이곳에도 부동산 건설 바람이 불어, 빌라단지를 조성중이거나 또 판매하는 곳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도로를 따라 도로 포장이 완료되면 51번(깜뽕스프-우동)와 연결이 되어 제법 많이 발전될 듯 싶네요. 아마 이 곳 땅을 구입 후 한 5년쯤 지나면 꽤 많이 올라 있겠죠?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가는 중이었어요. 되돌아 나오는 길에 자기 덩치보다 최소 3~4배 높이 화물을 잔뜩 실은 대형 화물차들이 붉게 타는 석양을 뒤로 한 채 길게 꼬리를 물며, 혼자 여행 온 저의 벗이 되어주어 돌아가는 길마저 심심치 않게 해주었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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