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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11월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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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제국의 마지막 수도 ‘우동’

12세기말 캄보디아는 지금 베트남 중남부 지역에서 온 참족과 똔레삽 호수에서 혈투를 벌이게 되죠. 당시 참족은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 다시 똔레삽 강줄기를 따라 스며들어와 침략전쟁을 벌이게 되고 무방비상태의 앙코르 제국은 갑작스런 기습공격에 번번이 대항도 못한 채 왕은 죽임을 당하는 등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역시 영웅은 난세에는 태어나는 법. 당시 태국 국경 씨소폰 북쪽 반테이 츠마 사원이 있는 곳에 고향을 둔 자야 바르만 7세가 홀연히 나타나 군사들을 이끌고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위대한 똔레삽 전투를 치르며, 참족의 왕을 죽이고 전 왕의 원한을 되갚음으로 풍전등화와 같던 국가적 위기 상황을 무사히 넘기고, 그의 영도하에 앙코르 제국은 다시금 전성기를 누리게 되죠. 

당시만 해도 이 나라의 국교는 힌두교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야 바르만 7세는 백성들을 단합시키고 국왕의 권위를 더욱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불교를 국교로 삼습니다. 또한, 앙코르 톰이라는 거대한 성벽도시를 건설하게 되고, 도시의 정중앙에 ‘바이욘’이라 불리는 불교사원을 건설하게 됩니다. 또한 그는 백 여개가 넘는 병원을 지어 백성의 지지와 단결을 이끌어냄은 물론, 풍부한 농업생산력을 기반으로 국력을 더욱 키워 이웃나라 정벌전쟁에 나서 종국에는 인도차이나 반도 절반 이상을 크메르제국의 영토로 삼게 되죠. 그는 정말 위대한 크메르 왕이었습니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이렇게 막강하고 부강한 나라는 자야 바르만 7세가 죽은 직후부터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게 되죠. 

왕위를 둘러싼 후계자들 간 권력 다툼으로 인해 국가는 분열되어 종교적인 갈등까지 겪으며 국력은 급속도 쇠퇴해집니다. 14세기에 들어서 부터 앙코르 제국은 주변 국가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맙니다. 이웃 타이의 아유타이 왕조가 호시탐탐 그 틈을 노립니다. 이들은 번번이 앙코르제국을 괴롭히게 되고, 결국 당시 크메르 국왕은 이 위대한 앙코르 톰 도시를 버릴 수밖에 없게 되었답니다. 1431년, 왕국은 거대 성벽도시 앙코르 톰을 버리게 되고, 똔레삽 호수를 타고 남하하여 지금의 왓프놈 지역에 수도(당시 수도명은 ‘짜토목’)를 옮겨가게 되고, 버려진 앙코르 도시는 이후 타이의 삼족이 점령 하에 놓이게 되죠. 그 후로부터 16세기 앙코르 왕조는 다시 지금의 깜뽕참 지역에 잠시 둥지를 틉니다. 하지만, 잦은 홍수와 강줄기를 통한 적들의 침입이 빈번해지다보니, 결국 우동 지역에 새 수도를 만들어 겨우 명맥만 유지 한 채로 지내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도  이 나라는 주변국 타이와 베트남에게 시달리며 줄타기 외교를 하다 19세기 중엽에 들어 스스로 선택해 프랑스의 보호통치 식민국가로 전락하게 되었죠.  이런 걸 보면 캄보디아의 근대사는 수난으로 점철된 우리나라 구한말 역사와 여러 면에서  매우 흡사한 것 같습니다. 

▲ 과거 이 나라 수도였던 우동산 정상에 위치한 스투파 @차영광

오늘은 지인 몇 분과 캄보디아의 옛 수도인 이 우동을 다녀왔답니다. 우동은 프놈펜서 차로 한 시간 이내에 갈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또한 우동 주변은 나름 볼만 한 곳이 많은 곳이기도 하답니다. 이 지역은 사실 저한테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안롱쯔라이와 끄랑폰리 지역과도 가깝고, 캄보디아 화폐의 어원이 되었다는 리엘 물고기 잡이의 고장 깜뽕루엉, 그리고 오랄산 깊은 기슭의 쯔로이 계곡과 온천 등 여러 명소를 한꺼번에 다녀올 수 있는 그런 지역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우동은 나지막한 산 정상에 프라삿과 사원, 그리고 캄보디아 근대 왕들을 모신 사당이 있습니다. 그리고 산 아래에는 아주 큰 와불상이 있는 절이 있습니다. 보통 산 정상에 가게 되면 기도하고 축원하는 캄보디아인들로 늘 붐비며, 산 아래 지역은 갓 결혼한 예비 부부들의 웨딩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답니다. 또한 유원지화 되어 많은 캄보디아인들이 방갈로에 앉아 식, 음료를 즐길 수가 있는 곳이기도 하죠. 다만, 산에는 원숭이들의 아지트가 되어 때론 지갑이나 휴대폰을 빼앗긴 관광객들의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듣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까지 올라가서 보면 탁 트인 주변의 풍광은 정말 시원하게 다가온답니다. 멀리 똔레삽강이 굽이굽이 흘러 프놈펜까지 연결되어 있고, 그 반대편은 넓은 평원이 끝도 없이 펼쳐지다 그림자처럼 우뚝 솟은 오랄산 앞자락에서 산산이 흩어짐을 보게 된답니다.

그렇게 한없이 땀을 닦으며 멀리 또 멀리 동쪽 방향을 바라다보니, 문득 내 고향 부산의 자갈치시장 어느 횟집에서 도다리회를 먹던 내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코로나 탓에 고국에 못 가본 지도 수년이 넘는 듯 싶습니다. 

구름 너머 먼 산을 멍하니 바라보다, 내 주위로 빙 둘러 연꽃을 팔려는 소녀들의 웃음소리에 그만 환상에서 깨어 터벅터벅 산을 내려왔어요. 산 아래 유원지 방갈로에서 미리 가져간 라면에 캄보디아산 꽃게 서 너 마리를 넣고 팔팔 끓여 먹고, 숭늉 대신 앙코르 맥주 한 잔 들이키고 나니, 캄보디아라는 나라도 제법 살기 괜찮은 나라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돌아오는 길 도로변에 늘어선 노점상에서 싱싱한 과일이랑 옥수수를 몇 꾸러미 산 뒤 휘파람 불며 프놈펜으로 향했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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