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빵과 자유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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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대혁명을 앞두고 루이 16세의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는 소문이 마치 진실처럼 세상을 파고들었다. 소설 레미제라블에서는 장발장이 빵 하나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1788년 프랑스 사람에게는 빵이라는 단어는 생명 그 자체를 의미하게 되었다. 당시 혁명을 전후해 빵에 대한 프랑스 시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프랑스 혁명의 시작은 오로지 ‘먹고사니즘’(?)의 문제였고, 결국 바스티유감옥은 결국 무너졌다.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세운 혁명정부는 빵 문제부터 우선 해결해야만 했다.

루이16세의 부인으로 단두대 처형을 당한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는 말은 실제로는 그녀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며, 빵을 달라는 구호 뒤에 ‘자유’라는 단어가 은근슬쩍 붙어버렸다. 이후 어느새 부턴가 “나에게 빵과 자유를 달라”는 정치적 선동구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구호를 만든 이가 누군지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의식주 즉 생명을 상징하는 빵과 인간의 기본권인 자유는 인간에게는 가장 필요한 삶의 기본 전제 조건일 것이다.

어제(29일) 저녁 7시 경 ‘레드존’으로 지정된 프놈펜시 스떵 민쩨이구 프니엇 마을 주민들이 정부당국에 식량 공급을 요구하기 위해,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 앞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크메르 타임즈〉에 따르면, 이날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장근로자들로 도시 하층민들이었다. 사진 속 허름한 동네 모습과 주민들의 남루한 옷차림이 이를 대변해주었다.

어제(29일) 저녁 락다운 지역 주민들이 정부당국에 식량을 공급해달라는 시위를 벌였다. @Khmer Times

한 주민은 “우리는 지금 굶고 있다”와 같은 글을 쓴 피켓을 들어 보이며, 당국에 필요한 식량을 서둘러 공급해줄 것으로 촉구했다. 또 다른 마을 주민은 다른 지역은 정부로부터 식량을 공급받고 있는데, 우리는 왜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있냐며 울기까지 했다고 한다.

시위자들은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해산을 거절했고, 스떵 민쩨이 구청장 디 랏 껨린이 협상을 하기 위해 나중에 도착, 설득 끝에 시위대는 간신히 해산되었다. 구청장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으니,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고, 곧 식량을 공급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끝으로, 이 신문은 레드존 지역의 경우, 특히 정부가 락다운 조치를 1주일 더 연장을 발표한 직후 상황이 더 나빠졌으며, 주민들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락다운 발효 이후 ‘레드존’으로 선포된 지역 중 상당수는 섬유봉제공장들이 다수 밀집되어 있는 동네마을이다. 시골로 갓 상경한 도시 빈민층이 많이 사는 곳이기에, 주거 환경이 썩 좋지는 않다. 이들 가운데는 하루 벌어먹고 사는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한 달 2~300불 남짓한 월급으로 5~6명 대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들은 어깨가 무겁다. 비좁고 지저분한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수 십여 채 판자집들이 옹기종기 붙어있기도 하다. 햇볕에 달궈진 함석지붕아래 턱턱 막히는 실내공간에서 숨이라도 제대로 쉬기 위해 잠시 문을 열어놓을 수 밖에 없다. 오갈 곳 없는 동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당장의 부족한 식량도 문제이지만,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자유마저 구속을 받고 있다.

그런데 최근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들이 회초리까지 들고 나서 레드존 지역 주민들은 위협하는 모습은 아연질색하게 만들었다. 유튜브나 신문을 본 우리 교민들도 일종의 수치스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이미 한국을 비롯해 해외 주요언론에도 보도가 나갔다. 고국에 사는 가족친지들이 걱정하는 안부 연락을 보내왔다. 그동안 ‘살만한 나라’라고 은근자랑을 해왔는데, 이런 모습까지 보이게 되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현실이 이러하고, 이 나라 법이 그러하니 어찌하겠는가. 지금처럼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오로지 인내하고 이 나라 법을 준수하며,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이 나라 중앙정부가 경찰당국에 시민들을 향해 회초리를 쓰는 일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명령을 하달해 작은 위안을 삼고 있다.

누군가에게 빵과 자유 중 과연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그 아무도 선뜻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레드존 지역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은 자유보다는 빵일 것이다.

락다운이 해제되지 않은 한, 또 코로나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시민들의 기본권과 자유를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할 밖에 없다. 이게 지금 이 순간도 코로나 위기상황에 직면한 인도를 비롯한, 다른 여라 나라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다수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일부 희생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원칙론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손 치더라도, 레드존에 묶여 자국 국민들은 물론, 우리 교민들을 비롯한 거주 외국인들이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고통을 받게 해선 절대 안 될 일이다.

빵 때문에 인간에게 마음의 상처를 줘선 절대 안 된다.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자들에게 눈물 젖은 빵을 먹게 해서도 안 된다. 국가가 국민을 위해 마땅히 해결해야 할 일이다. 이 나라 정부가 부디 보다 신속하고 공평한 대응조치를 통해, 더 이상 어제 발생한 시위와 같은 사회적인 불안이 가중되지 않기만을 진심으로 소망해본다.

[편집장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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