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여행객의 발길이 머무는 곳, 깜폿 카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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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폿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까페 거리는 외국인 거리로도 불린다. 이곳에선 다양한 서양 음식도 즐길 수가 있다. @김류수

글·사진 : 작가 김류수

문명은 강에서 시작된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가 아니더라도 이는 흔한 일이다. 강의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갈 확률은 더 높다. 이곳 강 하구에 누군가 처음 자리를 잡았을 것이고, 오랜 세월을 거쳐 이들만의 문명이 자리 잡게 되었을 것이다. 깜폿은 캄보디아의 남쪽 비교적 작은 도시이다. 이 지방의 주도인 깜폿시는 보꼬(Bokor) 산에서 발원하는 프렉뜩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강의 하구에 위치해 있다.

과일의 왕 두리안은 깜폿의 대표적인 특산물이기도 하다. 사진은 시내중심 교차로에 있는 대형 두리안 조형물. @박정연

프놈펜에서 3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도심을 들어서기 전에 높은 들문과 기찻길을 만나고 더 나아가 1km 지점에서 우축으로 프사 깜폿(깜폿 시장) 대로가 나온다. 이 도로는 일명 새 다리(스삐언 트마이)를 건너 깜퐁 싸옴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시장 삼거리에서 500m 더 내려가면 작은 야시장과 두리안 로터리가 나온다. 깜폿 시는 도시 중앙에 있는 이 지방 특산물을 상징하는 조형물 두리안(Durian) 로터리를 중심으로 도시가 뻗어 나가는 모양새다. 로터리에서 우측(서쪽)으로 200m 거리에 프렉뜩추 강과 구 다리(스삐언 짜)가 있다. 오래된 구 다리는 주로 도보나 오토바이만이 통행이 가능했다. 최근에는 도로 가운데 있던 통행 금지봉을 제거하여 일부 뚝뚝이도 다리를 통행한다. 멀리서 보면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듯 보이는 이 옛 다리는 나름 깜폿의 풍경을 이루는데 한 몫 한다. 해질녘 이 다리에 걸리는 황혼을 찍는 관광객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 자리잡은 아름다운 항구 도시 깜폿의 저녁 풍경 @김류수

깜폿의 카페와 음식점 거리는 구 다리에서 강 하구 방향으로 강변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강가에는 수 백 년 됨직한 아름드리 가로수가 수 십 구루 심어져 있다. 이전에는 이 거리 바로 앞 강가에 여행객을 위한 배들이 15척 정도 들어서 있었지만, 2019년 말 깜폿 바다축제 행사를 계기로 그 배들이 모두 강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름드리 가로수 사이사이에 벤치가 놓여 있어 강바람을 맞으며 오가는 이들이 휴식을 취하기도 좋은 곳이다.

까페거리와 인접한 프렉뜩추 강변에서 한가롭게 휴식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 @김류수

강변길은 1Km 정도이지만 일명 카페 거리는 250m 정도로 비교적 짧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강가에만 자리 잡고 있던 이 거리가 지금은 세 블록까지 도심 안쪽으로 확장되었다. 2019년 말 깜폿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중앙공원에 야시장이 새롭게 들어섰다.

이 야시장은 새로 조성되고 있는 조성된 카페 거리와 맞닿아 있다. 깜폿 시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가로 2m, 세로 2m의 40여 개 흰색 텐트를 치고 수도 시설까지 완비하여 야심차게 분양을 했으나, 코로나 19로 인해 대부분 폐점 상태이고 요즘은 몇 몇 가게만 간신히 운영되고 있다.

깜폿 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곳은 ‘외국인 거리’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 카페나 식당, 맥주바,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 주인이다. 깜폿은 도시 규모에 비해 외국인이 유난히 많이 살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깜폿에 있는 보꼬산이 외국인 휴양지였다는 특성과 강과 산, 바다가 어우러지는 이 곳의 풍치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 되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깜폿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외국인 거리이 상점이나 마사지샵, 식당과 까페 주인들은 대부분 이곳에 정착한 외국인들이다. @김류수

외국인이 많이 살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도시가 되었고 그들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생활의 터를 잡고 살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을 것이다. 그로인해 이곳은 카페와 식당, 맥주 바, 마사지 샵 등이 즐비한 카페 거리가 조성되었다. 외국인이 많이 살고 있어서인지 제법 규모가 있고 맛으로 유명한 빵집도 여러 곳이 있다. 외국인들의 식문화가 캄폿의 현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살던 3~4년 전에는 강가의 많은 건물들이 낡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가게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방치되어 있던 건물들이 모두 리모델링되었고, 또 새로 오픈한 가게들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거리가 이전보다 비교적 깨끗해졌다.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많은 수가 은퇴한 나이대의 사람들이다. 카페나 식당을 하는 외국인들은 젊은 나이 대의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필자 주변에도 현지인과 결혼하거나 동거하며 사는 외국인들이 제법 많이 있다. 이들은 나름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며 이 도시에서 살아간다. 카페나 바 등에 앉아 종일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보인다. 매주 주말이면 함께 모여 파티를 하기도 한다. 주변 외국인들의 초대로 연말 모임에 몇 번 참석한 적이 있다. 각자 집에서 한 두 가지 음식을 준비해와 조촐하게 댄스파티를 하며 맥주를 즐기는 그들의 삶은 무척 여유롭고 즐거워 보인다. 이곳의 외국인들과 소통하면서 외국어를 배우는 현지 사람들도 있고 그런 가운데 연인으로 발전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주변에 여럿 있다. 강이 낳은 문명의 양태는 서로의 문화가 섞이며 다양하게 변해간다.

깜폿 시내 부동산 임대 가격은 생각보다 훨씬 비싼 편이다.@김류수

깜폿은 다른 도시에 비해 ‘쁘떼아 러뷍’(플랫하우스)이나 빌라 렌트비가 비싼 편이다. 프떼아 러뷍 한 개층이 200~300불 정도이며 작은 아파트 원룸도 200~250불 정도이다. 아마 깜폿이 임대료가 비싼 이유도 외국인이 많이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렌트를 할 수 있는 룸이나 집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고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 받으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몇 년 전 중국인들의 부동산 사재기 영향인지 아니면 외국인들이 점점 더 가게 오픈을 원해서인지 카페 거리의 임대료도 두 세 배가 오른 것 같다. 어느 한국인 부부가 카페거리 비교적 안쪽에서 생맥주 가게를 운영했었는데 월세가 무려 2,500불이었다. 그 부부는 여러 가지 여건이 좋지 않았는지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가게를 넘기고 귀국하였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하기만 한 시내 까페거리의 모습. 빈자리가 많아 썰렁한 느낌마저 준다. @김류수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관광객이 없어 카페나 식당이 한가하다. 코로나 이전 까지만 해도 낮 시간이나 밤 시간에 이곳은 외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년쯤이면 이 카페거리가 다시 강물처럼 출렁거리지 않을까.

몇 년의 시간 동안에도 이곳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금 카페거리가 시작되는 강가에 42층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5층 건물도 그리 많지 않던 깜폿에 들어서는 건물 치고는 지나치게 높다. 이 건물이 완성되면 이곳 거리는 또 어떤 변화를 겪을까.

중국계 모 기업이 현재 진행중인 깜폿시내 42층 빌딩 조감도. @김류수

강은 유유히 흐른다. 수백 년 또는 수 천 년 전 누군가 이 강가에 작은 오두막을 처음 지었을 때도 저 강은 저렇게 흘러가며 변화를 지켜봤을 것이다. 깜폿의 매력은 이 강으로부터 발원한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 밤도 배는 몇 몇 객(客)들을 태우고 불빛을 강물에 흘리며 강 상류로 올라간다. 이곳 강변 벤치에 앉아 소리 없이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어떤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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