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위의 동양화 한 폭, 프놈 껌뽕뜨랏 (Kampong Trach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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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작가 김류수

캄보디아를 여행하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보며 놀라게 된다. 프놈펜을 중심으로 뻗어 있는 도로를 타고 지방으로 달리면서 바라보는 차창 밖은 야자수와 푸른 들판 한가로이 풀을 뜯는 흰 소와 농부들 그리고 길 따라 흐르듯 펼쳐진 마을들을 볼 수 있다.

캄보디아에 첫 여행을 왔을 때의 느낌은 가도 가도 산은 보이지 않고 오직 들판만 있는 듯 했다는 것이다. 그 들판에서 느릿하게 일하던 농부들의 여유로움과 이 땅이 한 없이 넓게만 보이던 것이 당시 첫 인상이었다.

이후 캄보디아에 정착해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서남쪽과 태국 국경지대 그리고 북동지역의 국경을 이루는 곳은 산과 산맥이 넓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번에 거쳐 캄보디아 전국을 여행했는데, 곳곳에 여행객들을 붙잡을 만한 곳들이 산재해 있었다. 그 가운데 캄보디아 최고봉으로 알려진 오랄산(해발 1813m)을 오르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마음뿐이다.

깜폿 지방은 서쪽으로 보꼬(Bokor)산 산맥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산맥에서 형성된 풍부한 강물이 도시 한 켠을 감고 돈다. 도시 남쪽은 강 하구의 삼각주와 바다로 이어져 있다. 동쪽과 북쪽은 주로 들판과 낮은 산이 흩어져 있다.

산과 들 바다가 있는 곳은 그곳이 어디든 자연 산물이 풍성한 법이다. 그래서 이곳은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과 후추가 유명하고 가까운 깜폿과 까엡(Kep)은 게 요리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비록 보꼬(Bokor) 산처럼 높지는 않지만 깜폿에도 산새가 아름다운 산들이 몇 개 있다. 그 가운데 깜폿에 오면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 산이 있는데, 그곳은 시내에서 까엡 방향 33번 도로를 타고 40분쯤 거리에 있는 프놈 껌뽕 뜨랏(kampong Trach Mountain)산이다.

이 산은 까엡 입구 삼거리에서 북쪽 방향으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다. 껌뽕 뜨랏 읍내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시장 골목이 있고, 한 블록 더 가면 왼쪽으로 난 포장길이 있다. 포장길을 따라 1.3km 거리에 삼거리가 있다. 이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산이 바로 프놈 껌뽕 뜨랏이다.

왼쪽 길로 돌아들면 키 작은 나무들과 어울리는 뽀쪽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이 산의 진목면을 만나려면 그 길을 따라 1Km쯤 산의 북서쪽 면에 다다라야한다. 산길 우측으로 깜폿과 시아누크빌로 가는 협궤 기찻길이 마치 풍경처럼 놓여 있다.

산을 휘도는 북쪽 길로 가면 또 하나의 산 사이로 길이 나있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깜뽕 뜨랏 산을 보면 들판 위에서 주저 없이 솟아오른 산의 형세가 보인다. 깜뽕 뜨랏 산 높이는 150m 정도이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비와 바람이 조각해 놓은 한 폭의 동양화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흰 바위와 푸른 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산이다. 바위는 날카로운 면과 둥근면을 조합한 블록 같다. 이 평원에 붓을 들어 사실화를 그린 이의 솜씨가 돋보인다. 누군가 평면의 들판 위에서 놀면서 모래성을 쌓으면 아마도 저런 풍경이 될 것이다.

사람은 자연을 닮는다고 한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내면은 너른 들과 같다 그러나 또 다른 이면에는 이 산과 같이 날카로운 바위 같은 것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느린 속도로 기차를 타고 이 산을 휘돌아 돌면 또 다른 느낌으로 이 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이 산에 왔을 때는 산의 중턱까지 올라갔었다. 기찻길 쪽 산의 중산 지역으로 난 길을 따라 50m 정도를 들어가면 산으로 오르는 계단이 형성되어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작은 동굴 지역이 나오는데, 그 산에서 내려다보는 또 다른 앞산의 풍경과 시원한 바람은 캄보디아 건기의 열기 가득한 가슴을 씻어 내준다. 산 주변의 길을 따라 여행객들이 식사하며 쉬었다 갈 수 있는 식당도 있다. 또 다른 여행의 맛은 포토존 앞에 자신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멀리 이상을 병풍으로 두거나 기찻길 위에 서서 산과 함께 사진을 찍어도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것이다.

길을 되돌아 나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들면 이 산의 석회암 동굴로 가는 길이다. 그 길에 들어서면 바닷가 절벽 아래 석회암 바위처럼 여기저기 뚫린 작은 동굴들이 보인다. 300m 거리에 절 입구 표시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면, 좌우에 작고 큰 건물들이 늘어선 너른 공간이 나온다. 이곳도 여느 관광객들이 찾는 곳과 마찬가지로 음식 매대가 줄지어 있다.

동굴 입구는 마치 절에 들어서는 건물처럼 만들어져 있다. 이 건물을 들어서면 100여 미터 낮은 동굴이 이어진다. 그곳을 지나면 지름 50m 정도의 원형의 투명 지붕처럼 천정이 뚫린 곳이 나온다. 마당에 키 큰 나무들이 서 있고 절벽에도 잡목들이 위태롭게 서있다. 올려다본 하늘이 파랗다. 이 동굴 한쪽에 지붕 낮은 건물에는 와불상이 있다. 와불상 옆을 지나면 또다시 낮은 동굴이 나온다. 동굴은 그리 깊거나 높지 않다. 여타 석회동굴에 비해 석순이나 석주는 많지 않다. 비가 많이 내리면 이 동굴도 물에 잠기지 않을까 싶다. 동굴 안내판에는 ‘워터풀(Water Pool)’이 있고 그곳에서 수영하는 사진이 있었으나 정작 워터풀은 볼 수가 없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객은 보이지 않고, 손님을 기다리는 장사치들만 한 가득이다.

석회암의 오랜 침식의 끝에 만들어진 동굴은 전혀 다른 세계이다. 비와 바람을 붓 삼아 바위산을 그려 가듯 우리의 두 다리와 마음을 화폭 삼아 그려가는 것이 또 다른 여행이 아닐까 싶다. 혹여, 캄보디아 남쪽으로 길을 들거든 이곳에 점하나 남겨도 좋을 듯하다. 분명 깜폿의 또 다른 풍경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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