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탐방의 만남의 광장, ‘프싸 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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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만남의 광장'으로 통하는 바탐방 명물 프싸 낫의 전경@Eric Lafforgue

·사진 : 김경선 바탐방 통신원

바탐방 시내에는 다섯 개의 큰 시장과 작은 동네 시장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 오늘 소개할 시장은 바탐방의 관광 명물로 손꼽히는 ‘낫시장'(프싸 낫, Phsar Nath)이다.

낫 시장은 썽까에 강을 바라보는 바탐방 시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시내 주요 거리인 1번 길과 2번 길이 시장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나누어져 있다. 건물의 모습은 긴 형태인데, 강쪽으로 난 길을 1번 길, 반대쪽 서쪽으로 난 길을 2번 길이라고 부른다.

시장을 중심으로 일방통행길인지라 차량이 많을 때 혼잡한 상황은 벌어지지만, 평소에는 그다지 붐비지 않는 편이다. 시장 앞쪽으로는 꽤 널따란 광장도 있다. 이 곳은 매년 11월 물축제 기간 동안 많은 관중들이 자리 잡고 용선경주를 관람하는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식민시절인 1937년 완공된 프싸 낫의 전경 @김경선

이 시장은 캄보디아의 소중한 문화유산중 하나로 독특한 건축양식이 가장 눈길을 끈다. 1920년대부터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아르 데코'(Art Déco)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프놈펜의 명물 중앙시장(프싸 트마이)과 베트남 호치민시(과거 사이공)의 ‘벤탄 시장’을 건설한 프랑스 유명 건축가 Jean Desbois가 설계하고, 엔지니어 Louis Chauchon이 시공 총감독을 맡았다고 한다. 1937년 당시 열린 완공식에는 모니봉 국왕도 직접 참석했다.

이 건물의 독특한 건축스타일에 관한 영감은 1921년 프랑스 건축가 Ernest Hebrard가 인도차이나의 건축 및 도시 개발 부서장이 되었을 당시, 설립한 하노이 미술 학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그는 프놈펜의 르 로얄 호텔을 처음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시장의 가장 눈에 띄는 건축학적 특징은 누구나 찾기 쉬운 직관적인 동선처리에 더해 내부 공기 순환뿐만 아니라, 자연 채광까지 배려한, 독특한 스타일로 지붕선을 처리했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아르 데코 양식에 걸맞는 패턴화된 벽면 처리와 더불어, 다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시장 중앙에 넓은 공간까지 확보했다. 당시로선 매우 파격적인 건축구조설계임에 분명하며, 이로 인해 유럽 미술 건축계의 주목까지 받았다.

현재 이 시장에는 총 551개 상점과 210 여 개 소규모 노점 판매상들이 들어서 있다.

프랑스 식민통치시대에 건설된 이 시장의 원래 용도는 주로 직물을 거래하는 도소매시장으로 쓰기 위해서였다. 이후 이 시장은 현재까지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프랑스 시대에는 천(옷감) 시장으로, 시하누크 국왕이 이끌던 1950~60년대는 ‘큰 시장’이란 뜻의 ‘프싸 톰(Phsar Thom)’으로 불리었다. 이후 70년대 초 론놀 정권 시대에 들어서는 ‘스와이 뻐 시장’(Svay Por Market)으로 불리었다. 폴 포트 공산 정권시대(1975~1979)에는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상품 및 가구 보관창고로 쓰였으며, 그 후 들어선 캄보디아 인민공화국 시절에는 소금과 식량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였다.

오래전 항공 촬영한 프싸 낫의 흑백사진 @Cambodia Heritage Archives

이후 1989년 베트남군이 철수한 이후 캄보디아 정부당국은 이 시장을 각종 농산물과 옷감 등을 파는 종합도소매시장으로 쓰일 수 있도록 재편성했다. 현재의 공식명칭은 바탐방에서 가장 큰 시장이란 뜻에서 ‘프싸 톰’(Phsar Thom)으로 불린다. 시장 입구 간판에도 분명 ‘프싸 톰’이라고 쓰여 있다. 그런데, 현지 주민들은 이 시장을 ‘프싸 낫’(Nat Market)이라고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냐고 현지인에게 물어봤더니, 대답이 이러했다.

“1980년대 들어 다시 사회가 안정을 찾아가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약속장소로 많이 이용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 시장은 ‘프싸 낫’이란 이름 말고도 현지 주민들에게 불리는 이름은 따로 더 있다. 강 윗 편에 프싸 러으(윗시장)이 있기에, 프싸 낫은 ‘아랫 시장’을 의미하는 ‘프싸 끄라옴’으로도 불린다. 시장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사연도 많고, 이름도 다양하다.

다른 주변 시장들에 비해 사실 물품 가격은 조금 높은 편이다. 하지만 파는 품목들의 질이 그만큼 좋기로 소문이 나 있다. 그 덕에 현지인들은 비싸도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을 때는 반드시 이곳을 찾는다. 귀금속을 판매하는 블럭과 야채, 해산물, 그리고 과일은 시장 외곽 노점상에서 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호텔이나 식당들은 거의 대부분 이 시장을 중심으로 밀집해 있기에,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볼거리용 관광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30일 발생한 화재 당시의 모습.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Phnom Penh Post

그런데, 작년 8월 30일 일요일 오후 5시 30분 경 난데없이 시장 한 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식료품점과 접시와 의류들을 파는 노점상쪽으로 삽시간에 번져나갔다. 원인은 전기 누전 때문이었다. 이 날 화재 진압에 무려 40대의 소방차가 동원되었다. 이날 오후 늦게 시작된 화재는 한 차례 재 발화 끝에 다음날 새벽 3시 30분이 되서야 간신히 진압되었다. 이 화재로 인해 전체 551개 매장 중 33개가 완전 전소되었다. 다행히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시장 서쪽과 남쪽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 규모는 노점에 보관된 7십5만달러 달러 상당의 물품을 포함해 약 83만 달러로 추정되었다.

이로 인해 상인들은 많은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바탐방시 공무원들이 적극 화재진압에 나서고 신속한 복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덕분에 화재 발생 3일이 지난 날 부터 상인들은 다시 장사를 재개할 수가 있었다. 현재 이 시장은 언제 불이 났었나 싶을 정도로 아무런 화재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다. 시장은 평화롭고 활기찬 예전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여전히 만남과 약속의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언젠가는 ‘프싸 톰’ 이란 이름 대신 만남과 약속을 의미하는 ‘프싸 낫’이라는 이름이 시장의 정식 명칭이 되어, 저 간판도 바뀌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게 ‘만남의 광장’이란 뜻을 가진 프싸 낫, 혹시 바탐방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꼭 이 시장을 들려 맛있고 싱싱한 과일을 맛보시라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이 시장에 들를 때는 바탐방의 명물인 이 시장의 내외부 모습도 놓치지 않고 꼭 눈 여겨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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